박기출 세계한인무역협회장, "일자리 만들려면 정책 바꿔야"
19기 회장 연임 맞아 본지와 인터뷰...
동남아에서 자동차부품 생산유통하는 중견기업인
세상 일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최근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박기출 회장만큼 체감한 경우도 드물지 않나 싶다.
박 회장은 제18대 회장 임기 끝을 앞두고 지난해 가을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월드옥타 대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후임회장이 사임하는 바람에 비대위원장으로 사실상 회장 역할을 계속 수행하다가, 올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19대 회장으로 추대돼 연임하게 된 것이다.
고사를 거듭하던 박 회장이 연임을 받아들이면서 월드옥타의 단임 전통도 변화를 겪었다. 상당 기간 지속해온 ‘회장 단임제’ 관행이 깨진 것이다.
박 회장은 회장 임기 2기를 맞아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5월26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4층에 있는 찻집 ‘살롱드떼’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과의 대화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얘기로부터 시작됐다. 김 부총리가 아주대 총장으로 월드옥타 행사에 자주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지명자와의 인연은 2015년부터”라면서 “아주대가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고자 월드옥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업무 협약으로 글로벌 산학협력과 해외인턴 교육 활성화 및 취업, 창업 연계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어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파라과이에 있는 월드옥타 회원사로 파견 갔던 아주대 학생이 정식 채용되는 등 성과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박 회장은 “월드옥타와 아주대가 차세대무역스쿨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월드옥타가 아주대 가족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김부총리 지명자가 월드옥타의 일에 대해 이해가 깊다”고 소개하면서, 김 부총리와의 사적인 교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월드옥타가 예산 100억원 시대를 맞았는데, 어떤 일들에 예산이 투입되는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중소기업 수출지원입니다. 구체적으로 해외지사화사업, 수출새싹기업지원사업, 수출친구맺기사업이 있어요. ‘해외지사화사업’은 코트라와 중소기업진흥공단, 그리고 월드옥타의 3기관이 참여합니다. 월드옥타가 유일한 민간단체입니다. 해외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월드옥타 회원들이 현지 시장조사에서부터 바이어 발굴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 월드옥타는 ‘제19차 세계한인무역협회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기간인 4월2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에서 ‘수출친구맺기 교류회’ 1주년을 기념하는 ‘떡 커팅식’을 진행했다.
박 회장은 “수출새싹기업지원사업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전국 14개 테크노파크와 협력해 진행한다"면서,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현지 전문가인 월드옥타 회원과 1대1 매칭으로 결연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매칭된 월드옥타 회원은 해외 진출과 관련해 A부터 Z까지 밀착 지원하며 지속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총 1천 4백건 이상의 친구 매칭이 이뤄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단순한 네트워킹을 넘어 수출상담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지원하고 있어요. 또 우수기술의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협력센터 구축사업도 새로 시작했어요."
-임기 2기를 맞아 역점 사업을 소개한다면?
“글로벌마케터를 활용한 수출지원사업이 있어요. 글로벌마케터는 올해 새로 발족한 수출지원전문단입니다. 옥타 회원 중 협회에서 진행하는 수출 지원 사업에 참여할 전문 인력으로 출범시켰어요. 수출친구맺기 사업, 지사화 사업 등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수출지원사업에 참여할 해외 마케팅 전문가 풀(pool)이지요. 지금 650명 이상의 마케터를 확보했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수출지원 사업에도 투입될 수 있어요.”
박 회장은 “또 하나는 청년 글로벌 창업, 취업 지원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월드옥타는 2003년부터 차세대 글로벌창업무역스쿨을 개최해 왔다. 차세대 라이징스타를 발굴해 창업 기금을 조성, 옥타가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열린 제19차 세계대표자대회에서 차세대 회원 6명이 ‘더드림월드홀딩스’의 사업 계획 발표했어요. 그 직후 1억 5천만원 규모의 창업 지원 기금이 바로 조성됐습니다. 후배 경제인 양성을 위해 회원들이 사비를 털어 기금을 만들었지요.”
박회장은 “국내 청년들과의 글로벌 창업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박 회장한테 문재인 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물었던 것.
▲ 지난해 10월 5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라이징스타 투자유치설명회’.
이에 대해 박회장은 “일자리는 기업들이 만든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있는 우리 한인기업들이 모국으로 유턴해 들어오도록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 유치하려 하면서도, 한인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정책을 취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지요." 박회장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박기출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현지에서 자동차부품 제조 회사인 PG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졸업 후 쌍용건설에 입사, 1985년 말레이시아 지사로 발령을 받아 8년 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그 후 독립해 2000년 Prisma Gerimis Sdn Bhd란 회사를 설립,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급물살을 탄 것도 그의 활동과 궤적을 같이 한다.
물론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어려운 고비도 겪고, 2011년에는 공장 화재 사고로 사업이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 숱한 어려움을 이긴 끝에 현재 직원 수는 2천여 명, 연간 매출액도 2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박 회장은 말레이시아와 러시아, 베트남에도 생산 공장을 세워 자동차 시트, 와이어하네스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PG그룹의 한국 법인인 셀맥 인터내셔널을 운영하고 있다.